익명게시판

유머/뒷담/썰/개드립

스압) 추락 직전 섣부른 비상탈출이 부른 참사, 미 공군 F-16 전투기 지중해 추락사고

선 4줄요약

1. 미 공군 F-16 편대가 구름이 낀 야간에 전투훈련을 하던 도중, 1번기 조종사가 공간감각을 상실함

2. 공간감각을 상실한 1번기 조종사는 하늘과 땅을 구분하지 못하고 기체를 급강하시킴

3. 조종사는 가까스로 기체를 회복시켰으나, 패닉에 빠진 나머지 비상사출 버튼을 눌러 비상탈출을 실시함..

4. 조종사는 시속 1,000km의 바람을 그대로 맞고 사망

 

 

 

1. 사고개요

 

 

사고일시: 2013년 1월 28일, 오후 7시 49분경

사고지점: 이탈리아 라벤나현 체르비아(Cervia) 북동쪽 18km 아드리아 해 해상 (지중해)

 

 

사고 유형: 비행착각 (공간정위상실)

 

 

탑승자: 조종사 1명

인명피해: 조종사 1명 사망

 

출발지/목적지: 이탈리아 아비아노 공군기지

 

 

2. 사고기 정보

 

  

<미 공군 콜로라도 주방위군의 F-16C 전투기 사진>

 

 

기종: 록히드 마틴 F-16CM 파이팅 팰콘 (Lockheed Martin F-16CM Fighting Falcon/F-16C block 40)

소속: 미 공군 제31 전투비행단 제510 전투비행대대

 

등록번호: 88-0510

미 공군 인도일: 1990년 3월 1일

기령: 약 23년

 

사고기의 기종은 록히드 마틴 사에서 제작한 F-16CM 다목적 초음속 전투기이다.

 

F-16은 기존에 제너럴 다이나믹스(General Dynamics) 사에 의해 개발되어 1973년부터 생산이 시작되었으며, 1995년부터는 록히드 마틴 사가 생산하고 있다. 2018년 기준 4,600대 가량이 생산되었다.

 

미 공군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200대의 F-16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대한민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터키, 이스라엘과 NATO 동맹국들 등 26개국이 F-16을 운용하고 있다.

 

 

 

<수직상승을 하는 F-16>

 

사고기와 같은 계열(F-16C)에 속하는 F-16C Block 50 기종의 스펙은 아래와 같다.

 

길이: 15미터

날개 너비: 10미터

최대 이륙 중량: 19.2톤

최고 속도: 마하 2 (시속 2,120km)

최대 순항고도: 50,000피트

최대 상승률: 분당 50,000피트 이상 (50,000ft/min)

 

 

 

 

3. 조종사 정보

 

  

 

사고 당시 사고기의 조종사는 루카스 그루엔서 소령(Lucas Gruenther, 32세)이다.

 

루카스 소령은 22세였던 2003년에 미국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했으며, 2005년 4월 8일에 정식으로 조종사가 되었다.

 

 

 

<미 공군이 조종사 훈련용으로 사용하는 세스나 T-37 훈련기의 사진>

 

루카스 소령은 조종사가 된 해 6월 10일에 T-37 훈련기 교관 자격을 얻고 약 3년간 교관으로서 복무했으며, 2009년에는 F-16 조종사로 발탁되어 F-16 조종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한 후 이탈리아 아비아노 공군기지에 배치된다.

 

우수한 기량 덕에 조종사 협회로부터 River Rat이라는 상도 받았다.

 

  

 

<오디세이 새벽 작전(Operation ODYSSEY DAWN) 당시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 해군의 군함>

 

루카스 소령은 2010년 5월 18일에 윙맨(편대 호위기)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2011년에는 리비아를 공습하는 '오디세이 새벽' 작전과 '항구적 자유 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했다.

 

루카스 소령의 총 비행시간은 2,341시간으로, 이 중 사고기종인 F-16의 비행시간은 약 788시간이었다.

 

 

 

4. 비행개요

 

비행훈련 계획

 

 

 

<미국 미네소타 상공에서 편대비행 중인 미 공군의 F-16>

 

사고 당일인 2013년 1월 28일 밤, 이탈리아 아비아노 공군기지에 소속된 6대의 미 공군 F-16 전투기들은 아드리아 해 해상에서 야간 편대비행 훈련과 가상 적기 공격 훈련을 수행할 예정이었다.

 

아군기 4대의 호출 부호는 CLAW 21~24였으며, 가상 적기 2대의 호출 부호는 VENOM이었다. 이 중 루카스 소령이 탑승한 F-16기는 CLAW 21이라는 호출 부호를 배정받아 아군 편대의 선두에 섰다.

 

당시 훈련 계획은 4대가 편대를 이루어 기지를 이륙하여 작전공역으로 진입한 다음, 가상 적기(VENOM)와 공중전투를 벌이고 적기가 엄호하고 있는 지상 목표물을 공격한 후 가상 지대공 미사일을 회피하는 기동을 하는 것이었다.

 

 

 

<아비아노 공군기지에 주기되어 있는 미 공군 F-16 전투기>

 

루카스 소령은 같이 편대비행을 수행할 조종사들과 함께 훈련에 관하여 브리핑을 실시한 후 기상상태를 검토하였고, 해상 작전에서 필요한 준비물(낙하산, 생존슈트, 야간투시경 등)을 챙긴 후 주기장으로 떠나 사고기에 탑승한다.

 

사고 당시 작전공역에는 약간의 구름(broken)이 예보되어 있었다.

 

 

이륙과 상승


 

 

사고기의 엔진 시동, 지상이동, 이륙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CLAW 21~24번기는 밤 7시 3분에 아비아노 공군기지를 이륙해 작전공역으로 향한다.

 

교신 기록에 따르면, 루카스 소령은 이륙 7분 후인 7시 10분 6초에 자신을 따르는 편대기들에게 속도를 330노트(시속 611km)로 설정하라고 지시한다.

 

 

 

7시 16분 19초, 루카스 소령은 편대기들에게 기체를 왼쪽 90도, 오른쪽으로 90도 급선회하라고 지시한다. (이는 조종사들이 중력가속도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점검하는 G exercise, 즉 중력가속도 훈련이다. 이렇게 급선회를 하게 되면 조종사들에게는 약 4~5G 정도의 중력가속도가 가해진다. 자신의 체중의 4~5배의 중력이 가해지는 것이다.)

 

 

7시 16분 19초, CLAW 21: CLAW for G awarness, in place 90 left reference 060, go.

루카스 소령: G(중력가속도) 훈련이다. 90도 좌선회하라, 기수방위는 60도, 시작한다.

 

7시 16분 24초, CLAW 23A: Gs.

CLAW 23번기의 전방석 조종사: 중력 가속도 훈련이군. (후방석 조종사와의 내부 대화내용)

 

7시 16분 48초, CLAW 21: CLAW 1's good.
루카스 소령: CLAW 21번기, 양호. 

 

7시 16분 50초, CLAW 22: CLAW 2's good.

 

7시 16분 51초, CLAW 23: CLAW 3's good.
 

7시 16분 52초, CLAW 24: CLAW 4's good.

 

(7시 16분 54초, 루카스 소령이 90도 우선회해 기수방위를 150도로 유지하라는 지시. 이하 후략)

 

 

중력가속도 훈련 이후, CLAW 편대는 계속해서 작전공역(SPEEDY)으로 향한다.

 

 

악기상/구름

 

 

 

CLAW 편대는 7시 18분경에 작전공역에 도착한다. 본래라면 곧바로 가상 적기인 VENOM 기들과 공중전을 벌이는 것으로 훈련을 시작해야 했지만, 당시 작전공역에는 하늘의 별과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심하게 끼어 있었다.

 

 

 

이처럼 하늘의 별, 수평선 등과 같이 자신의 자세를 파악하는 참조점이 없다면, 조종사는 공간감각을 상실해 바다와 하늘을 구분하지 못하는 '공간정위상실(Spatial Disorientation)'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2015년 해양경찰청 헬기 추락사고, 2016년 해군 링스헬기 추락사고, 2018년 칠곡 공군 F-15K 추락사고 등 공간정위상실로 인한 사고가 다수 발생한 바 있다.)

 

루카스 소령 또한 구름이 껴 있는 상태에서는 공중전을 하기에는 기상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20,000피트(6,000미터) 상공으로 상승하지만, 여전히 구름은 심하게 끼어 있었다.

 

 

7시 18분 8초, CLAW 21: And 3 from 1, just back me up on this. I'm not seeing any horizon at any of the altitudes we've been to yet in the, uh, airspace. Are you seeing the same thing?

루카스 소령: 아, CLAW 23번기, 여기는 21번기이다. 잠깐만 도와줘. 지금 수평선이 전혀 보이질 않는데, 그쪽도 그렇나?

 

7시 18분 16초, CLAW 23: 3's same. I'd recommend a climb. It looks like we can see the stars and I think the higher we can get, the better it may get.

CLAW 23번기: 여기도 그렇다. 상승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고도를 더 올리면 별이 잘 보일 것 같다.

 

7시 18분 23초, CLAW 21: Copy that, 1's in a climb angels 200.

루카스 소령: 알겠다. 20,000피트로 상승하겠다.

 

 

 

 

 

이에 루카스 소령은 같은 편대 조종사들에게 상승을 지시하였고, 약 10분간 작전 공역을 돌아다니며 가시거리가 양호한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한다. 7시 30분 12초, 루카스 소령은 전투 훈련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하고, 연료를 약간 소모한 후 기지로 복귀하자고 말한다.

 

1930:12, CLAW 21: Alright 3, 1. I'm thin... I don't see us uh working this airspace at all with the vis. I'm making the decision to terminate and, uh, we'll burn down the gas gere and go back home. Just confirm you concur with that.

루카스 소령(21번기): 좋아, 23번기. 여기는 21번기이다. 내 생각에... 이 공역에서 이 정도의 가시거리로는 (전투)훈련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전투)훈련을 중지하고, 여기서 연료를 소모한 후 기지로 복귀하자. 동의하나?

 

1930:29, CLAW 23: Yeah 3, affirm.

23번기: 동의한다.

 

 

 

폭격훈련

 

7시 32분 26초, 한편 루카스 소령은 편대를 CLAW 21, 22번기와 23, 24번기로 나눈 후, 남은 연료를 이용해 폭격 훈련을 수행하자고 제안한다.

 

 

 

 

편대 분리 이후, 루카스 소령과 호위기는 속도를 마하 0.9(시속 1,100km)까지 올려 7시 36분부터 가상 폭탄투하 훈련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이후 7시 40분경엔 속도를 마하 0.85(시속 1,040km)로 줄이고 23,000피트로 상승해 계속 훈련을 진행한다.

 

여전히 기상은 좋지 않았으며, 루카스 소령은 7시 41분 52초에 자신의 호위기(CLAW 22번기)에게 시야(가시거리) 관련 문제가 생기면 자신에게 알려 달라고 지시하고, 아무런 참조점(별, 수평선 등)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인다.

 

루카스 소령과 호위기는 7시 46분에 마지막으로 가상 폭탄을 투하함으로써 폭격 훈련을 마친다.

 

 

 

7시 46분 25초, CLAW 22: 2's weapon away, steer 8.

22번기: 제 8지점에 폭탄 투하.

 

7시 46분 27초, CLAW 21: Nice job. Was that pretty close?

루카스 소령: 좋아. (폭탄 투하 지점과) 상당히 가까웠나?

 

7시 46분 29초, CLAW 22: (교신 내용 비공개. 거리를 나타내는 용어가 군사기밀인 것으로 추정)

 

7시 46분 31초, CLAW 21: Yeah.

루카스 소령: 그래.

 

 

 

회피 훈련

 

 

폭격 훈련을 완료한 후, 루카스 소령과 호위기 조종사는 이번엔 가상 미사일 회피훈련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당시 조종사들은 미사일을 회피하는 기동 중 하나인 'Last ditch 기동(미사일의 위치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기수를 급격히 올리거나 내려 급상승/급강하를 하여 미사일을 회피하는 기동)' 을 연습한다.

 

먼저 호위기인 CLAW 22번기가 루카스 소령으로부터 미사일 위치를 통보받고 라스트 디치 기동을 시작한다.

 

 

7시 47분 32초, CLAW 21: CLAW 2, missile your 6 o'clock.

루카스 소령: CLAW 22번기, 6시 방향에 미사일이 있다.

 

7시 47분 37초, CLAW 22: CLAW 2 last ditch.

22번기: 라스트 디치 기동 수행.

 

7시 47분 40초, CLAW 21: (교신 내용 비공개. 역시 관련 용어가 군사기밀인 것으로 추정. 다만 사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용어는 기동을 완료했다는 용어로 판단됨.)

 

 

호위기 조종사(CLAW 22번기)는 7시 47분 40초에 라스트 디치 기동을 완료한다. 이제 루카스 소령이 라스트 디치 기동을 할 차례이다.

 

28초 후인 7시 48분 8초, 루카스 소령은 자신을 쫓는 가상 미사일에 대해 좌우로 기체를 기울이며 회피기동을 시작한다.

 

루카스 소령은 7시 48분 39초에 기체를 오른쪽으로 85도까지 기울인 후 불과 11초만에 기체를 왼쪽으로 70도까지 기울게 한다. (총 155도 기울임)

 

 

오토파일럿

 

한편 루카스 소령이 급기동을 하여 기체의 받음각(기체와 공기 기류 사이의 각도)이 15도 이상으로 과도하게 커지게 되자, 루카스 소령의 F-16기는 7시 48분 50초에 오토파일럿(자동조종장치)이 꺼져 버린다.

 

오토파일럿이 꺼진 직후 조종사의 모니터에는 경고메시지와 경고등이 켜졌으며, 7초 후에는 'CAUTION, CAUTION(주의, 주의)' 경고음이 조종실에 울려 퍼진다.

 

한편 루카스 소령은 7시 49분 0초에 다시 기체를 오른쪽으로 70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루카스 소령의 F-16의 고도는 약 23,000피트에서 21,300피트까지 떨어진다.

 

 

7시 48분 57초, 호위기는 루카스 소령에게 가상 미사일의 위치를 알려 준다.

 

7시 48분 57초, CLAW 22: CLAW 1, missiles your right 3 o'clock, 6 miles.

22번기: CLAW 1번기, 미사일이 오른쪽 3시 방향, 6마일 지점에 있다.

 

 

7시 49분 1초, 루카스 소령의 F-16기는 오른쪽으로 급격히 기울며 급강하하기 시작한다. 7시 49분 3초, 루카스 소령은 라스트 디치 회피기동을 수행하겠다고 말한다.

 

7시 49분 3초, CLAW 21: CLAW 1 last ditch.

루카스 소령: 라스트 디치 회피기동 수행.

 

 

7시 49분 4초, 사고기의 강하율은 분당 -20,500피트에 도달한다. 이 때의 고도는 20,800피트(6,340m), 속도는 307노트(568km/h), 기울기는 왼쪽으로 135도 기울어져 있었다.

 

 

한편 기체는 오른쪽으로 기울어 180도 뒤집혔다가 왼쪽으로 150도까지 기울어진다. 기체의 기수각은 -40도로 내려간다.

 

루카스 소령은 최저 비행고도를 20,000피트(6,000미터)로 설정했었지만, 사고기의 고도는 7시 49분 6초에 20,000피트을 통과하며 계속해서 하강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루카스 소령이 수행하는 라스트 디치 기동은 미사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며 회피기동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루카스 소령은 이 시점에서 계기를 보지 않고 바깥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고 공간정위상실(비행착각)에 빠진다.

 

(사고 당시 작전공역에는 구름이 많았기 때문에 공간감각을 잃기가 더욱 더 쉬웠을 것으로 보임)

 

 

루카스 소령은 기동을 한 후 조종간을 손에서 놓는다. 이 때 기체는 왼쪽으로 90도로 기울어져 있었으며, 기수각은 -45도로 점점 내려가 강하율은 점점 빨라진다.

강하율은 7시 49분 8초에 분당 -30,000피트를 돌파했으며, 이 때의 고도는 18,900피트(5,760m), 속도는 364노트(674km/h)였다.

 

 

 

7시 49분 10초, 호위기는 루카스 소령에게 미사일 회피를 성공했다고 알린다. 그러나 루카스 소령은 이 때 작전 중지라고 외쳤으며, 자신이 '공간정위상실'에 빠졌다고 교신한다.

 

 

7시 49분 10초, CLAW 22: CLAW 1 missile overshot.

22번기: 21번기, 미사일 회피 성공.

 

7시 49분 13초, CLAW 21: CLAW knock it off, I'm spatial D.

루카스 소령: 작전 중지, 나 공간정위상실에 빠졌어.

 

이 시점에서 사고기의 고도는 16,000피트(약 4,900m)로 계속 떨어지고 있었으며, 강하율은 분당 -41,200피트, 속도는 447노트(828km/h)에 달한다. 기수각은 -50도까지 내려간다.

 

 

루카스 소령의 다급한 대답에 호위기는 일단 HUD(조종석 창문 광학계기판)를 보지 말고 "라운드 다이얼(아날로그 계기판)"을 보라고 조언한다. (바깥 상황을 보지 말고, 계기만을 이용해 기체를 회복시키라는 뜻)

 

7시 49분 16초, CLAW 22: Look at the round dials, disregard the HUD.

22번기: HUD를 보지 마시고 계기판을 보세요.

 

 

 

<조종실 창문에 계기를 표시해 주는 HUD의 모습>

 

 

<아래는 호위기가 언급한 아날로그 계기판인 'Round dials'이다. 조종실 창문(HUD) 아래에 위치해 있으며, 속도계, 고도계와 자세지시계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정위상실에 빠진 루카스 소령은 하늘과 땅을 구분하지 못하고 7시 49분 18초에 기체를 180도 완전히 뒤집는다. 이 때 기체의 기수각은 -70도까지 내려갔으며 강하율은 분당 -54,400피트, 고도는 12,200피트(3,720m), 속도는 535노트(990km/h)에 달한다.

 

7시 49분 19초, 사고기의 속도는 마하 1.0(음속)을 돌파한다. 이 때 강하율은 분당 -57,800피트(최저)에 달했다. (일반적인 민항기의 강하율이 분당 -2,000피트이므로, 민항기보다 대략 30배나 빠른 속도로 추락한 것이다)

 

 

7시 49분 20초, 사고기의 속도는 마하 1.01에 도달한다. 이 때 고도는 10,000피트(3,000m)였으며, 기수각은 -70도에서 점점 올라가 -55도까지 올라갔다. 루카스 소령은 마침내 공간정위상실 상태에서 벗어나 기체의 기울기를 수평으로 되돌린다.

강하율은 분당 -57,500피트였다.

 

 

7시 49분 21초, 속도는 575노트(시속 1,065km, 마하 1.0)로 최고 속도를 찍는다. (*참고: 같은 속도에서 고도가 낮아질수록 마하 속도는 더욱 줄어듦.) 이 때 루카스 소령은 추락을 막기 위해 기수를 급격하게 올렸기 때문에, 루카스 소령에게는 약 6.7G의 중력가속도가 가해진다.

 

 

7시 49분 23초, 사고기의 기수각은 -17도까지 올라간다. 이 때의 고도는 7,900피트(2,400m), 강하율은 분당 -37,300피트였다. 이 때 루카스 소령에게 가해지는 중력가속도는 8.6G에 달한다.

 

 

 

위는 중력가속도 훈련 영상이다.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은 4G(체중의 4배)부터 기절할 수 있으며, 훈련을 받고 G-슈트를 착용한 전투기 조종사들은 9G까지 견딜 수 있다.

 

한편 이 때 루카스 소령은 비상탈출 버튼을 누른다.

 

호위기는 루카스 소령에게 계기 상태가 어떻냐고 물어보지만 응답은 없었다.

 

7시 49분 23초, CLAW 22: 1, status your round dials?

22번기: 21번기, 계기 상태가 어떠신가요?

 

 

비상탈출

 

 

사고기는 기수가 -70도에서 -17도까지 올라가면서 점점 자세가 회복되었고 강하율도 낮아졌지만, 루카스 소령은 기체의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7시 49분 25초에 7,000피트(2,100m) 상공에서 사출 버튼을 눌러 비상탈출한다.

 

 

비상탈출 자체는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지만, 탈출 당시 사고기의 속도는 무려 시속 1,054km(569노트)에 달했기 때문에 루카스 소령은 시속 1,000km에 달하는 바람과 비상사출로 인한 엄청난 중력가속도에 그대로 노출되어 목뼈가 부러지고 얼굴을 크게 다쳐 즉사한다.

 

 

루카스 소령이 비상사출한 지 4초 후, 호위기는 루카스 소령에게 계기판을 보라고 계속 교신한다.

 

7시 49분 29초, CLAW 22: 1, get on your round dials.

22번기: 21번기, 계기판을 보세요.

 

7시 49분 32초, CLAW 22: 1, round dials only. How do you hear?

22번기: 21번기, 계기판만 보세요. 이 교신이 들리나요?

 

7시 49분 37초, CLAW 22: Look inside.

22번기: 안쪽 계기만 보세요.

 

 

 

7시 49분 43초, 호위기는 CLAW 23/24번기에게 작전을 중지하라고 지시하고, 21번기와 교신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7시 49분 43초, CLAW 22: CLAW 1 knock if off... correction CLAW 2 knock it off.

22번기: 여긴 클로우 22번기다. 작전을 중지한다.

 

(중략)

 

 

7시 49분 50초경, 루카스 소령이 타고 있던 88-0510기는 이탈리아 체르비아 북동쪽 18km 해상에 추락한다. 

같은 시각 22~24번기는 작전을 중지하고, 21번기를 찾기 위해 강하를 논의한다.

 

7시 49분 59초, CLAW 22: 3 knock it off, 1 was spatial D and (중략) I'm negative contact.

22번기: 23번기, 작전을 중지하라. 21번기가 공간정위상실에 빠진 이후로 교신이 되지 않는다.

 

7시 50분 4초, CLAW 23: CLAW 3 knock it off.

23번기: 23번기, 작전을 중지한다.

 

7시 50분 6초, CLAW 24: CLAW 4 knock it off.

24번기: 24번기, 작전을 중지한다.

 

7시 50분 7초, CLAW 23: (욕설)

 

 

7시 52분 1초, CLAW 22번기는 23/24번기에게 "하강 허가를 얻기 위해 파도바 관제소를 호출하겠다"고 말한다.

 

7시 52분 26초, CLAW 23번기의 조종사가 비행감독관을 호출해 CLAW 21번기와의 교신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한다. 아래는 그 교신내용이다.

 

7시 52분 26초, CLAW 23: SOF, CLAW.

23번기: 비행감독관, 여긴 CLAW 편대이다.

 

7시 52분 29초, SOF: Go for SOF.

감독관: 용건을 말하라.

 

7시 52분 30초, CLAW 23: SOF, CLAW, real world. CLAW 1 has gone spatial D, CLAW 2 is unable radio contact. How do you hear?

23번기: 실제 상황이다. CLAW 21번기가 공간정위 상실(비행착각)에 빠졌으며, 22번기가 불러도 교신이 되질 않는다. 지금 내 말이 들리나?

 

7시 52분 41초, SOF: And CLAW, go ahead for SOF again. Sorry you were stepped on.

감독관: 다시 말하라. 방금 교신이 들리지 않았다.

 

7시 52분 45초, CLAW 23: CLAW 1 has gone spatial D and is unable to be raised on radio contact.

23번기: CLAW 21번기가 공간정위상실에 빠졌고 교신이 되질 않는다.

 

7시 52분 52초, SOF: Copy, and am I talking to CLAW 1 or CLAW 2 at this time?

감독관: 확인했다. 지금 귀기는 21번기인가, 22번기인가?

 

7시 52분 55초, CLAW 23: You're speaking to CLAW 3.

23번기: 여긴 23번기이다.

 

7시 52분 59초, SOF: SOF copies.

감독관: 확인했다.

 

 

7시 55분, 비행감독관은 아비아노 기지의 관제탑에게 사고기의 추락 사실을 전달한다. 한편 파도바 관제소는 이탈리아 공군에 해상 수색지원 요청을 한다.

 

7시 56분 1초, CLAW 23번기는 기지로 복귀하겠다고 말한다. 7시 56분 39초, CLAW 23번기는 비행감독관에게 사고 지점의 좌표를 전달한다.

 

 

루카스 소령의 시신은 낙하산이 펴진 채 천천히 강하하다가, 7시 57분경에 아드리아 해 해상에 안착한다. 루카스 소령의 시신은 구명뗏목과 함께 바다를 표류하기 시작한다.

 

7시 58분, 루카스 소령을 찾기 위한 해상 수색작업이 시작된다. 8시 6분, 아비아노 기지의 관제탑은 지휘센터에게 미복귀 항공기가 있다고 통보한다.

 

 

 

5. 수색작업

 

 

추락 1시간 후인 오후 9시, 사고 현장에 5대의 보트가 도착해 수색을 개시한다. 9시 40분에는 이탈리아 공군 헬기가 사고 현장에 투입되어 수색에 합세했지만, 기상상태가 점점 나빠져 10시 30분경에 철수한다.

 

추락 4시간 후인 1월 29일 새벽 0시 15분, 유럽에 주둔하고 있던 미 해군의 P-3 오라이온 초계기가 사고 현장에 도착해 수색을 시작한다.

 

새벽 3시에는 민간 상선 3척도 사고 해역에 도착해 수색을 도왔지만, 밤샘 수색에도 불구하고 안개와 눈/비 등으로 인해 날씨가 나빠 사고기의 잔해를 발견하는 데에는 실패한다.

 

 

 

<미 주방위군의 HC-130과, 이탈리아 공군의 HH-139 수색구조 헬기>

 

사고 발생 다음날인 1월 29일, 아프리카 미군 사령부는 HC-130 탐색구조기를 사고 현장에 보내 수색에 참여시킨다. 같은 날 오후, 이탈리아 공군 헬기는 사고기의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한다.

 

1월 29일 밤부터는 기상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한다.

 

사고 발생 3일째인 1월 30일에는 루카스 소령의 헬멧이 해상에서 발견된다. 헬멧은 큰 손상은 없었다.

 

사고 발생 4일째인 1월 31일 오후 3시, 바다를 떠다니던 루카스 소령의 시신이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보트에 의해 수습되었다.

 

 

 

6. 사고조사

 

사고가 발생하자 미 공군 비행사고 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관들은 우선 사고기와 함께 작전을 수행했던 동료기들(CLAW 22/23번기)의 음성 녹음기를 확보해 사고 당시 조종사들의 교신 내용을 확보했으며, 해상에서 수거된 루카스 소령의 헬멧과 사출좌석 등을 미국으로 이송해 분석작업에 착수했다.

 

사고 당시 함께 편대비행을 했던 조종사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루카스 소령의 시신은 2월 7일에 미군 측에 인도되었으며, 추모식이 거행된 후 2월 8일에 미국으로 운구되었다.

 

 

한편 사고 전투기에는 사고 당시 정황을 알려 줄 블랙박스(비행정보 기록장치)와 영상녹화장치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고기가 추락한 아드리아 해는 수심이 수백 미터나 되었기 때문에 미 공군은 사고기의 동체 잔해를 인양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며, 해당 장비들은 확보되지 못했다.

 

하지만 루카스 소령이 앉아 있던 사출좌석에는 고도, 속도, 기체의 자세 등을 기록하는 '좌석 비행정보 기록장치(SDR ,Seat Data Recorder)'가 장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사관들은 SDR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사고조사에 활용했다.

 

  

 

<사진: 2015년 7월에 몽스코너 상공에서 세스나 150기와 공중충돌하여 추락한 미 공군 F-16 전투기의 SDR>

 

SDR은 블랙박스에 비하면 적은 종류의 자료를 기록한 데다 해상도도 낮았기 때문에, 조사위원회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하여 사고기의 비행 당시 상황을 규명하였다.

 

 

 

그런데 루카스 소령은 각종 작전에 투입되는 등 기량이 매우 출중한 조종사였으며, 사고의 원인이 된 '공간정위상실' 을 탈출하는 훈련을 사고 2개월 전인 11월 1일에 받았으며, 훈련 성적도 우수하였다.

 

이런 루카스 소령이 왜 공간정위상실에 빠졌으며, 급하게 비상탈출을 시도했으며, 왜 사망했을까? 

조사관들은 총 3가지의 주요 사안에 집중했다.

 

 

첫 번째 사안은 왜 조종사가 공간정위상실(비행착각, 비행감각 상실)에 빠졌는가? 였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고 당시 작전공역은 하늘의 별과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름이 매우 심하게 끼어 있었다. 특히 육지(이탈리아)가 있는 서쪽보다 바다가 있는 동쪽에 구름이 더 많았다.

 

조사관들은 루카스 소령이 미사일 회피기동을 할 때 구름이 심하게 끼어 있는 동쪽을 향해 있었기 때문에 비행착각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었고, 오토파일럿 경고등/경고음이 울려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었다고 추정했다. 거기에 미사일을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는 라스트 디치 기동에서 계기판에 한눈을 판 사이 공간정위상실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루카스 소령은 사고 불과 2개월 전에 공간정위상실 훈련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행했다. 그렇다면 루카스 소령은 왜 사고 당시에는 공간정위상실을 알아차린 뒤에도 회복 조작이 늦었을까?

 

 

 

조사관들은 야간 비행 시 사용하는 야간투시경이 일부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180도 가까운 시야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고 당시 루카스 소령이 착용했던 야간투시경은 시야각이 40도에 불과했다. 이렇게 좁은 시야각으로 인해 루카스 소령은 자신이 공간정위상실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계기 확인과 상황 판단이 늦어졌을 것이다.

 

 

두 번째 사안은, 사고기는 비정상적인 자세에서 거의 회복되었는데도 조종사는 왜 비상탈출을 강행했나? 였다.

 

이는 사고 당시 회피기동 중 오토파일럿이 꺼져 버려 조종실에서 경고음과 경고등이 작동한 데다, 기수각이 -25도 이하로 내려가 버린 상태에서는 자세지시계에 땅(갈색) 표식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수평 비행을 할 때에는 자세지시계에서 하늘(파란색)은 위에, 땅(갈색)은 아래에 위치해 있다.

 

  

 

항공기가 기수를 올려 상승을 하게 되면 파란색 구역이 더 많아지며, 하강을 하게 되면 갈색 구역이 더 많아진다.

 

 

그러나 사고 당시처럼 기수가 거의 수직으로 꼬꾸라져 급강하를 할 때에는, 자세지시계에 땅(갈색) 표식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편 F-16은 기수각이 -25도 이하로 내려가면 위처럼 자세지시계에 땅 표식만 나타난다.

 

사고 당시 루카스 소령은 기체의 기수각을 -70도에서 -25도까지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세지시계에는 계속해서 땅 표식만이 나타나자, 기체가 계속해서 급강하하고 있다고 착각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비상탈출을 결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훈련에서는 6,000피트(1,800미터) 미만의 고도에서 회복이 불가능하다면 비상탈출하라고 명시해 놓았으나, 루카스 소령은 7,000피트(2,100미터)에서 서둘러 비상탈출을 하였다. 이는 패닉(당황)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일 루카스 소령이 3초만 더 기다렸다면 기체를 성공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사안은, 루카스 소령은 비상탈출 과정에서 왜 사망했는가? 였다.

 

루카스 소령은 사고 3일 후인 1월 31일에 발견될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생존용품 가방에 든 물품(위치발신기, 비상식량 등)을 사용한 흔적이 없었으며, 시신 부검 결과 루카스 소령의 사인은 다발성 외상이었다. 머리와 목에는 심각한 외상이 관찰되었으며, 다리도 부러져 있었다. 익사의 증거는 없었다. 

 

따라서 조사관들은 루카스 소령이 비상사출 직후 공중에서 사망했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그러나 비상탈출 당시 사고기의 속도(시속 1,054km)는 비상탈출 한계속도(시속 1,110km 미만) 이내였는데도 불구하고, 루카스 소령은 왜 사망했던 걸까?

 

 

루카스 소령은 비상사출 당시 15G 가량의 수직가속도가 가해지자 얼굴에서 헬멧이 벗겨져 시속 1,000km에 달하는 바람을 그대로 맞았으며, 이로 인해 1차로 머리가 좌석에 충돌했다.

 

또한 알 수 없는 이유(좌석 결함으로 추정)로 오른쪽 안전벨트 어깨끈이 왼쪽 어깨끈보다 덜 조여져 있어, 시속 1,000km/h의 매우 빠른 속도로 비상사출을 하게 되자 덜 조여진 끈의 반대 방향(왼쪽)으로 몸이 매우 급격하게 틀어져 10~40G 가량의 가속도를 받아 즉사한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탈출 후 0.3초만에 일어났다.

 

 

사고 발생 9개월 후인 2013년 10월 31일, 미 공군 비행사고 조사위원회는 최종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조종사 과실에 치중하여 서술하였기 때문에, 루카스 소령의 유가족들은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반발했다.

 

 

 

 

마지막으로,

 

  

사고 불과 4개월 전인 2012년 9월 2일, 세르비아 Batajnica 에어쇼에서 촬영된 사고기의 모습.

 

 

 

4줄 요약

1. 미 공군 F-16 편대가 구름이 낀 야간에 전투훈련을 하던 도중, 1번기 조종사가 공간감각을 상실함

2. 공간감각을 상실한 1번기 조종사는 하늘과 땅을 구분하지 못하고 기체를 급강하시킴

3. 조종사는 가까스로 기체를 회복시켰으나, 패닉에 빠진 나머지 비상사출 버튼을 눌러 비상탈출을 실시함..

4. 조종사는 시속 1,000km의 바람을 그대로 맞고 사망

 

 


 

댓글 달기 Textarea 사용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글쓴이 비밀번호
익명게시판

" 개인서버로 광고없이 운영중입니다.
작은 후원금도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후원계좌 농협: 302-1299-6773-31 서용석 "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13 14... 25다음